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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드리프트, 바람이 만든 눈언덕 (Snow Drifts)

📑 목차

    눈이 많이 오는 겨울날, 눈이 내린 양에 비해 길가나 집 담벼락 옆에 유난히 높게 쌓인 눈더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곳은 땅이 훤히 보이는데, 바로 옆에는 사람 키 높이만큼 눈언덕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바람이 만든 눈언덕, 스노우 드리프트다. 단순히 눈이 많이 와서가 아니라, 바람이 눈을 옮기고 모으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눈 지형이다. 스노우 드리프트는 그 자체로 겨울 풍경을 바꾸기도 하지만, 도로 교통을 막고, 철도와 공항 운영을 방해하며, 농가와 가옥에 부담을 주는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눈이 쌓이는 방식과 바람의 움직임을 이해하면, 왜 특정 장소에만 눈더미가 생기는지, 또 어떤 위험을 만들어 내는지 조금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스노우 드리프트의 형성 원리와 대표적인 사례, 그리고 사회적 영향과 대응 방법까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스노우 드리프트

     

    스노우 드리프트가 만들어지는 물리적 원리

    스노우 드리프트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겹칠 때 잘 생긴다. 가벼운 건조 눈, 일정 이상 강한 바람, 그리고 바람길을 방해하거나 꺾는 장애물이다. 먼저 눈이 너무 젖어 무거우면 바람이 들어 올리고 나를 수 없다. 반대로 기온이 꽤 낮고, 막 내린 눈이 가볍고 보송보송한 상태일 때 눈 알갱이들은 쉽게 공중으로 떠오른다. 바람이 일정 속도 이상으로 불면 눈 결정들이 지면 가까이를 튀듯이 이동하거나, 허리 높이까지 떠올라 이리저리 옮겨 간다. 이 과정에서 눈 입자들은 서로 부딪히며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점점 더 잘 날릴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바람이 평탄한 지표를 따라 흐를 때는 비교적 고르게 눈이 깎이고 쌓이지만, 울타리나 건물, 도로 둔덕처럼 바람을 방해하는 구조물이 등장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장애물 앞쪽에서는 바람이 느려지고 눈이 일시적으로 떨어지지만, 뒷쪽에서는 회오리와 난류가 생기며 눈이 집중적으로 떨어져 언덕 모양의 눈더미를 만든다. 이처럼 스노우 드리프트는 눈의 양보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 지형과 구조물 배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스노우 드리프트 사례와 겨울 기상 조건

    스노우 드리프트가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곳은 넓은 평야, 호수 주변, 해안지대, 그리고 산골짜기 입구처럼 바람이 강하고 막을 것이 별로 없는 지형이다. 북미의 대평원 지대에서는 눈보라가 그친 뒤에도 며칠 동안 바람에 날린 눈이 고속도로와 농로를 계속 막아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그친 맑은 날씨인데, 도로 일부 구간에는 허리 높이의 눈더미가 길을 가로막고, 다른 구간은 아스팔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식이다. 철도에서는 레일 위와 선로 사이 공간에 눈이 쌓이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되기도 한다. 산악 지대에서는 산비탈 중간 중간에 눈이 몰려 쌓이는 과정이 눈사태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 스노우 드리프트는 종종 강한 바람과 눈이 동시에 나타나는 블리자드(눈폭풍)와 함께 언급되지만, 꼭 눈이 내리는 동안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미 쌓여 있던 눈이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만나 다시 깎이고 옮겨지면서, 하룻밤 사이에 전혀 다른 눈 지형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예보상으로는 큰 눈이 예고되지 않았는데도, 실제 체감 위험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인간 활동과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

    스노우 드리프트는 교통, 건축, 농업 등 여러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도로에서는 눈언덕이 차선을 가리거나,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벽처럼 나타나 차량이 미끄러지거나 정체를 유발한다. 특히 시야가 나쁜 상황에서 운전자가 평탄한 눈길을 달리다가 뜻밖의 눈더미를 만나면 급제동이나 급회전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커진다. 보행자에게는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눈더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 차량 진입로를 잘못 밟는 위험도 따른다. 건축물 측면에서는 지붕과 벽면, 담장 주변에 눈이 비대칭으로 쌓이는 문제가 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지붕 한쪽에는 거의 눈이 없는데, 반대편 처마 아래에는 무겁게 눈이 몰리면서 구조적 하중을 늘린다. 창문 아래쪽에 눈언덕이 형성되면, 해빙기에는 녹은 물이 벽체와 틈새를 따라 스며들어 누수와 결빙 피해를 일으킨다. 농경지에서는 울타리나 비닐하우스 주변에 눈이 쌓여 출입이 어려워지고, 바람이 눈을 벗겨 간 자리는 흙이 드러나 동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런 영향은 한 번의 폭설로 끝나지 않고, 한 시즌 내내 반복되기 때문에 지역 사회의 유지·관리 비용과 노동을 크게 늘리는 요인이 된다.

     

    스노우 드리프트를 줄이기 위한 설계와 관리 전략

    이 현상은 돌발적 재난처럼 보이지만, 바람길과 지형을 고려해 미리 설계하면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로 주변과 농경지에 설치하는 스노우 펜스(눈울타리)와 방풍림이다. 눈울타리는 도로 옆 일정 거리 떨어진 곳에 바람이 일부 통과할 수 있는 울타리를 세워, 눈이 도로가 아니라 울타리 앞뒤에 쌓이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바람을 완전히 막지 않고 적당히 느리게 만들어 주어야 울타리 주변에 눈이 고르게 쌓인다. 나무로 조성한 방풍림은 겨울에는 눈울타리 역할을 하고, 여름에는 바람과 먼지를 줄이는 효과까지 겸한다. 건축물 설계에서도 지붕 모양과 방향, 벽의 높이와 배치를 조정해 눈이 특정 지점에만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건물이 가까이 마주 보는 구조는 그 사이 골목에 눈이 집중적으로 쌓이게 만들 수 있으므로, 출입구를 그 방향에 두지 않거나 눈을 피할 수 있는 캐노피를 설치하는 식의 조치가 가능하다. 도로 관리 측면에서는 단순히 제설 차량을 투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바람이 강한 구간을 지도상으로 표시하고, 그 주변에 눈울타리나 임시 방풍막을 설치해 스노우 드리프트 발생 자체를 줄이는 접근이 중요하다.

     

    기후변화와 스노우 드리프트의 미래, 우리가 볼 지점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겨울이 전반적으로 짧아지고 따뜻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관측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노우 드리프트 같은 눈 관련 위험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 형태가 비로 바뀌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적설 가능한 기간이 짧아지는 대신 눈이 한꺼번에 많이 내리거나, 그 직후 강한 바람이 부는 패턴이 나타나기도 한다. 온난화로 대기 에너지가 커지면, 한 번 생기는 겨울 폭풍의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변화는 스노우 드리프트의 발생 양상과 시기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곳에서는 예전에 비해 눈이 덜 오지만, 폭풍이 몰고 온 눈과 바람이 특정 기간에 집중되면서 짧고 강한 위험 구간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눈이 줄어든 탓에 스노우 드리프트 발생 자체는 감소해도, 도로와 도시가 그에 맞추어 설계·관리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드물게 오는 강한 사건에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눈의 총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과 바람이 어떻게 조합되어 공간적으로 재배치되는지를 함께 살피는 일이다. 스노우 드리프트는 기상 레이더와 위성에서 드라마틱하게 보이는 현상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일상과 인프라에 매우 구체적인 부담을 준다. 겨울을 준비할 때, 단순한 적설량 예보를 넘어 눈의 이동과 쌓임 패턴까지 고려하는 시각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