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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거대한 완충 장치처럼 지구의 열을 받아들이고 저장한다. 그런데 최근 몇십 년 사이, 바다의 일부 구역이 평소보다 비정상적으로 더워진 상태가 여러 날에서 여러 달 동안 이어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를 해양 폭염, 영어로는 마린 히트웨이브라고 부른다. 해양 폭염은 수온이 평년보다 조금 높아진 정도가 아니라, 해당 지역과 계절 기준으로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이다. 이런 따뜻해진 바다는 산호와 어류, 해조류 같은 해양 생태계의 구성원을 흔들고, 그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연안 어업과 관광, 지역 사회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준다. 기후변화로 바다 전체가 서서히 따뜻해지는 가운데, 해양 폭염은 그 위에 겹쳐 나타나는 일종의 극단적인 열 파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해양 폭염의 정의와 발생 메커니즘
해양 폭염은 특정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그 지역의 계절별 통계에서 상위 10퍼센트, 즉 90퍼센타일을 넘어서는 상태가 적어도 5일 이상 이어질 때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 위에 하나의 “뜨거운 얼룩”이 생겨, 며칠이나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유지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요인이 겹칠 때 생긴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전체가 이미 과거보다 따뜻해진 상태에서, 특정 해역에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 햇빛이 표층 바다를 더 강하게 데운다. 바람이 약해지면 원래라면 바람이 섞어 주었을 차가운 심층수가 위로 잘 섞여 올라오지 못해, 따뜻한 물이 표층에 그대로 쌓인다. 여기에 해류가 따뜻한 물을 한곳으로 몰아주거나, 엘니뇨 같은 대규모 기후 변동이 강하게 작용하면 특정 해역의 온도는 더욱 치솟는다. 관측과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해양 폭염의 빈도와 지속 기간, 강도가 모두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뜻해진 바다가 생태계를 흔드는 구체적인 사례들
해양 폭염은 바다 생물에게 다양한 스트레스를 준다. 산호는 특히 수온 변화에 민감하다. 평상시에는 산호 조직 안에 사는 공생 조류가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수온이 평소 여름철 최대치보다 약 1도 정도만 높게 오래 지속되어도 산호는 스트레스를 받아 공생 조류를 내쫓고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을 겪는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산호는 결국 죽을 수 있다. 한편, 해양 폭염은 해조류 숲과 잘피 군락 같은 “기반 종”에도 타격을 준다. 이들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면 그곳에 의존하던 어류와 무척추동물의 서식지도 함께 붕괴되기 쉽다. 실제로 최근 수십 년 사이 여러 지역에서 해양 폭염과 함께 대규모 어류 떼죽음, 바다새와 해양 포유류의 집단 폐사, 해파리나 특정 플랑크톤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따뜻한 바다는 일부 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열을 좋아하는 남쪽 종이 북쪽으로 서식지를 넓히고, 반대로 찬물을 좋아하는 종은 서식지를 잃어 점점 사라지는 식으로 종 구성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몇 해가 지나면 특정 어종의 어획량 감소나 새로운 해양생물 출현 같은 형태로 서서히 드러난다.
연안 어업과 지역 사회,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해양 폭염의 영향은 바다를 넘어 사람 사는 곳까지 이어진다. 먼저 어업과 양식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일정한 수온 범위에서 잘 자라던 어종이 갑작스러운 수온 상승으로 병에 걸리거나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서식지를 옮겨 어장 자체가 북쪽이나 깊은 바다로 이동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해 바다는 그대로인데 물고기가 “국경”을 넘어 움직여 버리는 셈이다. 양식장의 경우에는 폐사와 성장 저하, 사료 효율 악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크다. 따뜻해진 바다는 유해 조류 번성에도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특정 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적조 현상이 생기면, 산소 부족과 독성 물질로 인해 어패류가 대량 폐사하고, 해변을 찾는 관광객도 줄어든다. 또 해양 폭염은 인도양 몬순이나 열대 저기압 활동에 영향을 주어, 특정 지역의 강수 패턴과 폭풍의 세기를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바다 위의 열 파동이 육지의 날씨와 물·식량 안보까지 간접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여러 나라의 해양·기상 기관은 위성 해수면 온도와 부이, 선박 관측 자료를 활용해 해양 폭염을 감시하고, 몇 주에서 몇 달 앞을 내다보는 예측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다.
따뜻해진 바다를 읽는 새로운 시선
해양 폭염은 단순히 “바다가 조금 더워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온난화된 바다 위에 겹쳐 나타나는 극단적인 수온 이상 현상으로, 해양 생태계와 연안 사회, 더 나아가 기후 시스템까지 연결된 복합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다. 정의상 해양 폭염은 일정 기간과 강도 기준을 넘는 극단 사건이지만, 이런 사건의 빈도와 규모가 계속 늘어난다면 그것은 단발적인 특이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바다의 일상에 가까워진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를 논의할 때 육지의 폭염과 홍수만이 아니라,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양 폭염의 패턴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해양 폭염은 산호와 어류, 연안 공동체에 닥친 위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바다가 보내는 “기후 경고”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해양 보호와 어업·양식, 연안 개발 방식을 조정해 나갈지는 각 지역 사회와 국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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