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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수 위험, 어느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는가

📑 목차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예전보다 바닷물이 안쪽까지 들어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지난 100여 년 동안 약 20cm 이상 실제로 올라왔다는 관측 결과를 보면 이런 체감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바다는 더 많은 열을 품고 팽창하고 있고, 그린란드와 남극, 산악 빙하에서 녹아 나온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매우 느릿느릿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도,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해안선과 도시의 모습, 그리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의 범위를 눈에 띄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수면은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고, 그에 따라 해안 침수 위험은 어떻게 달라질까.

     

    해수면

     

    해수면 상승의 원인과 기본 메커니즘

    해수면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해수의 열팽창이다. 물은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커지는데, 바다는 지구가 흡수한 초과 열의 대부분을 저장하고 있다. 온실가스가 증가해 대기가 따뜻해지면 바다 역시 점점 데워지고, 그만큼 부피가 커져 수위가 올라간다. 두 번째는 육지의 얼음이 녹는 현상이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상, 고산 지대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전체 해수량 자체가 늘어난다. 관측에 따르면 1900년 이후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약 20cm 이상 상승했으며,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1990년대 이후에는 상승 속도가 연간 약 3~4mm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빨라졌다. 최근 분석에서는 해수의 열팽창과 빙하·빙상 용융이 해수면 상승에 기여하는 비율이 대략 비슷한 수준이라는 결과도 제시된다. 이런 추세는 단순한 자연 변동이라기보다는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와 명확히 연결된 결과로 이해되고 있다.

     

    21세기 말까지 예상되는 해수면 상승 범위

    미래 해수면이 얼마나 올라갈지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와 기후 시나리오가 제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국제 기구인 IPCC는 온실가스 배출이 매우 낮은 경로와 매우 높은 경로를 나누어 2100년까지의 해수면 상승량을 추정한다. 현재와 비슷한 배출 추세가 이어지는 높은 배출 시나리오에서는, 1995~2014년 평균과 비교해 2100년까지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약 0.6~1.0m 정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많다. 반대로 전 세계가 강하게 감축에 나서는 경우에도 0.3~0.5m 정도의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가 상당한 양의 열을 바다에 축적해 두었기 때문이다. 더욱 긴 시간 눈으로 보면, 2150년 이후에는 빙상 불안정성이 본격적으로 작동할 경우 1.5m를 넘어 2m에 가까운 상승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전망치는 남극과 그린란드 빙상의 갑작스러운 붕괴나 지역별 해류 변화까지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므로, 실제 상승폭은 일부 해역에서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논의된다. 이처럼 해수면 상승 전망에는 이미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부분과, 우리의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함께 섞여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해안 침수 위험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해수면이 평균적으로 수십 센티미터 오르는 것만으로는 실감이 잘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는 평균 수위가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에서 드러난다. 기초 수위가 20~30cm 높아진 상태에서 태풍이나 저기압이 지나가면서 폭풍 해일이 겹치면, 예전에는 겨우 방조제 높이까지 오르던 물이 제방을 넘거나 하수관을 역류해 도시 안쪽으로 밀려들 수 있다. 조석 차가 큰 지역에서는 만조와 해수면 상승, 폭우가 한 번에 겹칠 때 저지대가 넓게 잠기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는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약 30cm만 올라가도 지금은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해안 홍수가 몇 년마다 반복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 역시 서해와 남해의 낮은 해안, 강 하구와 매립지, 공단·항만 지대가 이런 위험에 민감하다. 특히 지반 침하가 진행 중인 연안 도시의 경우에는 상대적인 수위 상승 효과까지 겹쳐, 같은 수치의 해수면 상승이라도 체감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 단순히 해변이 조금 줄어드는 수준을 넘어, 공항과 항만, 지하철과 터널, 하수·배수 시설 같은 핵심 인프라가 상습 침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나, 어디까지 올라올 수 있는가에 대한 장기 전망

    해수면이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시간 규모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2100년이라는 세기 말까지로 한정하면, 대부분의 과학적 분석은 0.3~1m 범위 안에서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2300년처럼 수백 년 뒤까지 시야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극 서부 빙상과 그린란드 빙상의 안정성이 크게 무너지는 최악의 경우,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수 미터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도 제시된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배출 추세가 오래 지속될수록 가능성은 커진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오늘 당장 배출을 모두 멈춘다 해도 바다와 빙하는 관성처럼 오랫동안 변화를 계속 이어 간다는 점이다. 해수면 상승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바로 멈추지 않고,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반응하는 느린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해안 계획과 도시 개발은 짧게는 50, 길게는 100년 이상을 내다본 보수적인 기준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방향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수 위험을 둘러싼 숫자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0.5m, 1m라는 수치는 일상에서 체감하기 어렵지만, 그 안에는 해안 도시 수백 곳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수억 명의 거주지와 농경지, 습지가 바닷물과 맞바뀌는 현실이 담겨 있다. 바다가 어디까지 올라올 수 있느냐는 단순한 자연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어느 정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해안의 자연 완충 지대를 보전하며, 위험 지역의 개발을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는 바다의 느린 변화를 이유로 대응을 미루기 쉬웠지만, 앞으로 수십 년은 해수면 상승의 속도와 피해 범위를 크게 좌우하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해수면이 얼마나 올라올 것인가라는 질문은, 그 전에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던져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