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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과 도시로의 이주, 사회·경제 구조에 미치는 영향

📑 목차

    사막화와 폭우, 해수면 상승, 장기 가뭄 같은 극한 기후는 이제 특정 국가의 뉴스가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날씨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사람들의 거주지를 흔들고 있다. 바닷물이 들이치는 해안 마을, 잦은 홍수와 산사태에 노출된 강가의 집, 농사가 더 이상 되지 않는 건조 지역에서 사람들은 생계를 지키기 위해 결국 집을 떠난다.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기후변화와 연관된 이주, 또는 넓은 의미의 기후난민 현상으로 설명한다. 세계은행은 2050년까지 기후 요인 때문에 자기 나라 안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이 최대 2억 명이 넘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이동의 상당수는 해수면 상승과 가뭄,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인한 내부 이주, 특히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동이다. 이 과정에서 대도시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사회·경제적 긴장이 높아지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기후난민

     

    기후난민 개념과 법적·현실적 위치

    언론과 시민사회에서는 흔히 기후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국제법 체계에서는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다. 1951년 난민협약은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 등 특정 사유에 의한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는 사람을 난민으로 인정하며, 기후나 환경 요인은 직접적인 기준으로 포함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기후 이주민은 법적 의미의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하고, 인도적 체류나 임시 보호 조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실제 현장에서는 하나의 원인만으로 이주가 발생하기보다는, 기후충격과 빈곤, 토지 분쟁, 정치적 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기후난민 대신 기후로 인한 이주자환경 재난으로 인한 이재민처럼 보다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용어 논쟁을 넘어서, 기후변화가 이미 취약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도시로의 이동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기후가 밀어내는 이동 경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주의 상당 부분은 국경을 넘기보다, 한 나라 안에서 취약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도시로 향하는 내부 이주 형태를 띤다.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등 여러 지역에서 2050년까지 수천만 명 규모의 내부 기후 이주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중 많은 비율이 농촌에서 도시로 향하는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는 홍수와 열대저기압,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안과 강 삼각주 지역의 농경지가 위협받고 있으며, 해마다 수십만 명이 수도 다카로 이주해 비공식 정착지에 모여든다는 보고가 있다. 사헬 지역과 남아시아의 건조 지대에서는 강수 패턴 변화와 반복되는 가뭄으로 농업 수입이 줄어들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설 현장이나 저임금 서비스업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이동은 갑작스러운 홍수나 태풍 이후의 단기 대피에서 시작해, 생계 기반을 옮기는 장기 이주로 이어지는 등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기후충격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더라도, 이주를 실제로 결정하게 만드는 것은 소득 수준, 교육, 사회 관계망 같은 여러 사회·경제적 요소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도시가 겪는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와 긴장

    기후로 인한 이주가 도시로 집중되면, 도시 내부의 사회·경제 구조는 여러 방식으로 흔들린다. 먼저, 이미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주변부와 저지대에는 비공식 정착지와 슬럼이 빠르게 확장된다. 도로나 상하수도, 전력, 의료·교육 시설은 새로 유입된 인구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주민들은 대개 낮은 소득과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침수 위험이 큰 강둑, 산업 시설 주변, 언덕 경사면처럼 토지 가격이 낮고 안전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게 된다. 이는 다시 홍수, 산사태, 폭염 등에 더 취약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악순환을 낳는다. 다만 부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고 노동력이 풍부한 이주민의 유입은 도시의 건설업, 제조업, 비공식 서비스업에 새로운 인력을 공급해 경제 활력을 높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무계획적으로 진행될 때, 임금 경쟁과 일자리 부족, 주거비 상승에 대한 불만이 기존 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 이주가 도시 불평등과 빈곤 집적을 심화시키느냐, 아니면 노동력과 다양성을 통해 도시 회복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느냐는 결국 도시가 어떤 정책과 계획으로 이 변화를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과 도시 계획이 고려해야 할 방향

    기후난민과 도시 이주는 앞으로 더 자주 마주하게 될 현실이지만, 아직 많은 도시 정책과 법 제도는 이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국가와 지방정부는 기후로 인한 이주의 규모와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와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떠나고, 어떤 도시의 어느 구역에 집중되는지를 알아야 주거, 교통, 일자리 정책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 계획 측면에서는, 홍수·폭염·해수면 상승 위험 지대를 정밀하게 지도화해 새로운 정착지가 가장 위험한 장소에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도시 인프라 투자와 공공임대주택, 기본적인 상하수도·의료·교육 서비스 확충을 통해, 이주민과 기존 주민 모두의 생활 조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국제 차원에서는 기후변화 적응 재원과 인도적 지원이, 재난 직후의 응급 구호를 넘어 중장기적인 도시 정착과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동을 위기만이 아닌 선택의 과정으로 보기

    기후변화와 함께 늘어나는 이주는 많은 경우, 사람들이 더 이상 이전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다. 한편으로는 떠밀려난 강제 이동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지키고 미래를 찾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이 극한의 위험과 빈곤으로 이어지느냐, 더 나은 삶과 도시의 재구성으로 이어지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난민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표현에 머무르기보다, 이주가 실제로 일어나는 경로와 도시가 받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도시로의 이주는 피할 수 없는 흐름에 가깝다. 그렇다면 과제는 분명해진다. 이 흐름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동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맞이하는 도시가 함께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꾸려 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후난민과 도시 이주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