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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파와 S파, 지진파가 들려주는 땅속의 대화
지진은 땅속 어딘가에서 갑자기 시작되지만 그 소식은 파동의 형태로 지표까지 전달된다. 이때 가장 먼저 도착해 사건을 알리는 파동이 P파이고, 조금 늦게 도착해 더 크게 흔들리게 만드는 파동이 S파다. 두 지진파는 같은 단층에서 출발하지만 성질과 속도, 전달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관측소에 도착하는 시간 차이를 분석하면 지진이 시작된 위치와 깊이를 계산할 수 있고, 단층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보게 되는 지진계의 톱니 모양 기록은 단순한 흔들림의 그림이 아니라, 땅속에서 벌어진 운동을 해석하게 해 주는 문자 같은 것이다. P파와 S파를 구분해 이해하면 뉴스 한 줄의 숫자들만으로도 지진의 전모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P파, 압축과 팽창으로 먼저 달려오는 전령
P파는 종파라고도 부르며, 매질을 앞뒤로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공기 중의 소리와 같은 종류의 파동이라서, 암석 안에서는 입자들이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진동한다. 이 성질 덕분에 P파는 고체뿐 아니라 액체와 기체도 통과할 수 있다. 외핵처럼 액체 상태인 영역에서도 진행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균 속도는 지각에서 초속 수 킬로미터에 이르며, 같은 경로를 가더라도 S파보다 대체로 두 배 정도 빠르게 도착한다. 지진계 기록에서 처음으로 잔잔한 흔들림이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P파의 도달 시각이다. 지진조사에서는 여러 관측소에서 P파가 찍히는 정확한 시간을 모아 지진이 일어난 위치를 역산한다. P파의 속도는 온도와 압력, 암석의 구성 성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륙과 해양 아래에서 서로 다른 속도 분포가 나타난다. 이 차이는 지구 내부 구조를 해석하는 단서로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P파가 특정 구간에서 지연되거나 방향이 꺾이면, 그 경로에 밀도가 낮거나 뜨거운 물질이 존재한다는 암시가 될 수 있다.
S파, 전단으로 크게 흔들리게 만드는 본격 신호
S파는 횡파라고 부르며, 입자가 파의 진행 방향과 직각으로 좌우 혹은 위아래로 진동한다. 고무를 옆으로 흔드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 방식의 진동은 전단 변형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단 저항이 거의 없는 액체에서는 진행할 수 없다. 그래서 S파는 외핵을 통과하지 못하고 경계에서 반사되거나 굴절된다. 이런 특성 덕분에 지구 내부에 액체 상태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지각에서 S파의 속도는 P파보다 느려 관측소에는 약간 뒤늦게 도달하지만, 전달되는 진폭이 크고 지속 시간이 길어 체감 흔들림과 피해를 좌우하는 주된 요인이 된다. 건물의 고유 진동수와 겹치면 공진이 발생해 흔들림이 크게 증폭될 수도 있다. 지진계 기록에서는 급격히 커지는 진동의 시작점이 S파 도달 시각으로 읽힌다. 실무적으로는 두 파동의 도착 시간 차이를 이용해 관측소에서 진원까지의 거리를 계산한다. 이를 여러 관측소에 대해 동시에 수행해 거리 원을 그리면, 교차하는 지점이 진원의 위치가 된다.
두 파동이 보여 주는 사례와 과학적 배경
대양을 가로지르는 큰 해저지진이 발생하면, 먼 대륙의 관측소에서도 먼저 P파의 미세한 흔들림이 기록된다. 이때 S파는 액체인 바다 자체에서는 직접 진행하지 못하지만, 해저의 단단한 암석권과 대륙 지각을 따라 천천히 도달해 뚜렷한 흔들림을 만든다. 반대로 진원 깊이가 얕은 내륙 지진에서는 P파와 S파의 도착 간격이 짧아지고, 지표에서는 S파가 전달하는 전단 운동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해 구조물 피해가 집중된다. 20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에 설치된 관측망은 바로 이 P파와 S파의 특성을 이용해 지진의 위치를 빠르게 산출해 왔다. 더 나아가 파형 역산이라는 기법을 통해 단층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미끄러졌는지까지 추정한다. 파동의 분산과 감쇠 양상은 암석의 온도와 물 함량, 균열 상태를 반영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지각의 물성을 그려 내는 지구 물리학의 핵심 자료가 된다. P파가 특정 깊이에서 급격히 굴절되고 S파가 사라지는 구간의 존재는 외핵이 액체라는 해석과 이어졌고, 그 바깥의 맨틀 대류 연구에도 단서가 되었다.
사회적 영향과 예측 기술에서의 활용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은 두 파동의 속도 차이를 사회 안전에 응용한 사례다. 관측소에 P파가 먼저 도착하면, 그 데이터를 이용해 지진의 위치와 대략적인 크기를 몇 초 내로 계산하고, 아직 S파가 도달하지 않은 지역을 향해 경보를 보낸다. 철도는 자동으로 감속하고, 공장은 가스 공급을 차단하며, 의료 기관은 민감한 장비를 보호 모드로 전환한다. 초 단위의 시간이지만, S파가 몰고 오는 강한 흔들림과 구조물 손상 위험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 도시 차원의 방재 설계에서도 P파와 S파의 빈도 대역과 증폭 특성을 고려한다. 지반이 부드러운 충적층 위에 있는 도시는 S파 성분이 저주파 영역에서 증폭되기 쉬워 고층 건물의 흔들림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단단한 기반암 위 도시는 상대적으로 진동의 증폭이 작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고주파 성분이 지상 구조물에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학교나 공공기관의 안전 매뉴얼에 P파와 S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포함되는 이유도, 초기에 들려오는 작은 흔들림이 큰 피해로 자라나기까지 몇 초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땅속의 파동을 읽는 일의 의미
지진파는 단층이 한순간 움직인 기록을 지구 전체로 전파한다. P파는 사건 발생을 알려 주는 전령이고, S파는 실제 피해를 좌우하는 본격 신호다. 두 파동의 도착 시각, 진폭, 주파수 성분을 함께 읽으면 지진의 위치와 깊이, 단층 운동의 방향을 거꾸로 그려 낼 수 있으며, 지역별 피해 가능성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뉴스 속 흔들림의 그래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땅속의 언어다. 그 언어를 이해하는 만큼 대비는 구체적이 되고, 불안은 정보로 바뀐다. 지진을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파동이 전하는 신호를 올바르게 해석하면 위험을 앞서 맞을 수 있다. 오늘의 작은 흔들림을 낯선 공포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땅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차분히 읽어 내는 시선이 지진과 함께 살아가는 첫 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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