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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 지대의 땅이 여름에도 질퍽한 진흙이나 습지가 아니라 단단하게 얼어 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지하의 얼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이 얼어 있던 땅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그 안에 갇혀 있던 탄소와 메탄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른바 영구동토층의 해빙과 메탄 방출이다. 북극과 고위도 지역의 영구동토층에는 인류가 지금까지 배출한 양을 뛰어넘는 막대한 탄소가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땅이 빠르게 녹기 시작하면 기후변화를 더 가속하는 숨겨진 탄소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구동토층이란 무엇인가
영구동토층은 이름 그대로 2년 이상 연속해서 얼어 있는 땅을 말한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표면뿐 아니라, 지표 아래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 깊이까지 흙과 모래, 자갈 사이에 얼음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층을 포함한다. 이런 땅은 주로 러시아 북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 고산 지대와 같은 고위도·고도 지역에 넓게 분포한다. 과거의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시기에 형성된 이 영구동토층에는 오랜 세월 동안 얼어붙어 분해되지 못한 식물 잔해와 유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살아 있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가 죽어서 토양에 묻히고, 추운 기온 때문에 미생물이 충분히 분해하지 못하고 얼어 버린 것이다. 영구동토층은 일종의 거대한 탄소 저장고이면서 동시에, 조건만 바뀌면 언제든지 그 탄소를 다시 내보낼 수 있는 잠재적인 배출원이다.
해빙이 불러오는 메탄 방출 메커니즘
문제는 기온이 오르면서 이 탄소 저장고의 뚜껑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온 상승과 함께 여름철 녹는 깊이가 커지고, 따뜻한 공기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 얼음이 서서히 녹아 내린다. 얼음이 녹은 자리에는 빈 공간이 생기거나, 땅이 꺼지면서 물이 고인 늪과 호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얼음 속에 갇혀 있던 유기물은 더 이상 냉동고 속이 아니라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온도와 수분 조건을 만나게 된다. 미생물이 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배출하는데, 특히 산소가 부족한 물속이나 진흙 속에서는 메탄이 많이 만들어진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단기간에 훨씬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기체라서, 영구동토층 해빙이 메탄 방출로 이어지는 과정은 기후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고리로 여겨진다. 땅속 깊은 곳에 오래전부터 갇혀 있던 메탄이 균열이나 융기를 통해 한꺼번에 분출되기도 하고, 동토층이 녹아 생긴 호수와 늪에서는 수면 곳곳에서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관측되고 있는 변화와 지역 피해
영구동토층 해빙은 기후과학자들의 모델 속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미 여러 지역에서 현실로 관찰되고 있는 현상이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에서는 여름철 땅이 꺼져 도로와 건물, 송유관 기반이 뒤틀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영구동토층 위에 지어진 마을에서는 집 벽에 균열이 생기고, 기초가 내려앉아 수리를 반복해야 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얼음이 녹아 생긴 작은 함몰은 점점 커져 연못과 호수가 되고, 그 주변 토양은 진흙탕으로 변해 숲의 나무들이 쓰러지거나 말라 죽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땅속에서 메탄이 갑자기 분출해 거대한 구덩이가 생긴 모습이 위성 이미지와 항공 사진으로 확인되었다. 이런 눈에 보이는 변화와 더불어, 대기 중 메탄 농도와 탄소 동위원소 조성 분석을 통해 영구동토층 기원 탄소의 기여를 찾으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직 정확한 방출량과 속도를 두고는 다양한 추정이 있지만, 기온이 더 오르면 동토층 해빙과 메탄 방출이 점점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공감한다.
사회적 영향과 기후 시스템에 대한 함의
영구동토층 해빙과 메탄 방출은 북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글로벌 기후 시스템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지역 차원에서는 도로, 송유관, 건물과 학교, 공항 활주로 같은 사회 기반 시설의 유지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땅이 불안정해지면 전통적으로 썰매나 눈 위를 이동하던 경로가 위험해지고, 사냥과 어로 활동에도 변화가 생긴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오래된 동물 사체나 인공 매립지가 드러나고, 과거에 묻어 두었던 각종 물질이 노출되는 환경·보건 문제도 새로 등장한다. 기후 시스템 차원에서는, 동토층에서 나오는 탄소와 메탄이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에 더해져 일종의 자연 증폭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간이 아무리 배출을 줄이려 해도, 이미 누적된 온난화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영구동토층이 스스로 녹기 시작해 추가적인 배출을 일으키는 단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양의 되먹임 구조는 미래 기후 예측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장기적인 온도 목표를 지키기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거론된다.
숨겨진 탄소 폭탄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영구동토층 해빙과 메탄 방출은 단기간에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재난 사건과는 다르지만, 더 길고 깊게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다. 눈에 띄는 폭풍이나 홍수처럼 당장 하루이틀 사이에 모든 것을 바꾸지는 않지만, 수십 년에 걸쳐 기후 시스템의 기초를 흔든다. 이 숨겨진 탄소 폭탄이 언제, 어느 속도로 터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를 과장하거나 단순화해 “곧바로 대재앙이 온다”라고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아직 잘 모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외면하는 것도 모두 적절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가능한 한 정확한 관측과 연구를 통해 동토층의 변화를 추적하고, 기후 모델에 반영해 미래 위험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일이다. 동시에 영구동토층 해빙이 본격적인 배출원으로 자리 잡기 전에,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여 이 되먹임 고리에 불을 붙이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북극의 얼어 있던 땅이 천천히 풀려나는 지금,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탄소가 앞으로의 기후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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