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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파와 S파 – 지진파가 알려주는 땅속의 이야기 P파와 S파, 지진파가 들려주는 땅속의 대화지진은 땅속 어딘가에서 갑자기 시작되지만 그 소식은 파동의 형태로 지표까지 전달된다. 이때 가장 먼저 도착해 사건을 알리는 파동이 P파이고, 조금 늦게 도착해 더 크게 흔들리게 만드는 파동이 S파다. 두 지진파는 같은 단층에서 출발하지만 성질과 속도, 전달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관측소에 도착하는 시간 차이를 분석하면 지진이 시작된 위치와 깊이를 계산할 수 있고, 단층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보게 되는 지진계의 톱니 모양 기록은 단순한 흔들림의 그림이 아니라, 땅속에서 벌어진 운동을 해석하게 해 주는 문자 같은 것이다. P파와 S파를 구분해 이해하면 뉴스 한 줄의 숫자들만으로도 지진의 전모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의 차이 – 지진의 세기 계산법 규모와 진도, 헷갈리기 쉬운 지진 세기의 두 얼굴지진이 발생하면 뉴스 화면 하단에 대개 두 가지 숫자가 등장한다. 하나는 “규모 5.0”처럼 표시되는 값이고, 다른 하나는 “최대 진도 Ⅳ”와 같은 숫자 혹은 등급이다. 둘 다 지진의 세기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지표다. 규모는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의 절대량을 나타내는 수치이고, 진도는 특정 장소에서 사람들이 느낀 흔들림과 피해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다시 말해 규모는 지진 그 자체의 크기이고, 진도는 어느 지역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설명한다. 이 둘을 구분해 이해하지 못하면,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왜 어떤 지역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큰 피해가 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지진 세기를 둘러싼 이 두 얼..
진앙과 진원의 차이 – 뉴스 속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기 진앙과 진원의 차이, 지진의 시작점을 구분하는 과학지진이 발생하면 뉴스에서는 ‘진원은 땅속 몇 킬로미터 아래’, ‘진앙은 ○○시 인근’과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많은 사람이 이 두 단어를 비슷하게 받아들이지만, 실제로 진앙과 진원은 지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차이를 가진 용어다. 진원은 지진이 처음 발생한 지하의 지점, 즉 암석이 끊어지고 에너지가 방출된 바로 그 위치를 말한다. 반면 진앙은 그 진원의 수직 위 지표면상의 점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진원은 땅속의 사건 현장이고, 진앙은 그 사건이 지표로 투영된 자리다. 두 용어의 구분은 단순히 언어상의 차이가 아니라 지진 규모, 피해 지역, 안전 대응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용어지만, 그 과학적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
단층의 비밀 – 땅속에서 지진이 시작되는 지점의 과학 지진이 처음 시작되는 곳, 단층의 비밀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사람은 막연히 땅이 흔들렸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지진은 땅속 어딘가 특정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 지점을 이해하려면 단층이라는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단층은 단순한 틈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지각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고 당기며 갈등을 겪어 온 자리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지만, 이 보이지 않는 경계면에서 에너지가 서서히 쌓였다가 한순간에 터져 나오며 지진을 만든다. 단층의 구조와 성질을 살펴보면 왜 어떤 지역은 반복적으로 흔들리고, 어떤 지역은 오랫동안 조용한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층 주변의 지형과 지질을 조사하는 일은 지진 연구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산과 계곡, 평야가..
지진은 왜 일어날까? – 지구 내부 구조와 판의 움직임 지구가 흔들리는 이유, 지진의 첫걸음 이해지진 뉴스가 들려올 때마다 많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떠올린다. 지진은 왜 일어날까. 땅이 단단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지구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에너지를 주고받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지구 내부는 크게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지진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은 가장 바깥쪽의 얇은 껍질인 지각과 그 아래의 상부 맨틀이다. 이 두 층이 함께 단단한 판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판 또는 리소스페어 판이라고 부른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 판들은 해마다 수 센티미터씩 조금씩 이동하며 서로 부딪히고 비껴 지나가고 갈라지면서 엄청난 힘을 축적한다. 지진은 바로 이 힘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순간, 한 번에 방출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
사하라 먼지–대서양 층운 상호작용(미세물리·광학두께) 사하라 에어레이어와 해양 경계층이 만날 때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광물성 먼지는 북동 무역풍과 중하층 제트에 실려 대서양 동부로 이동한다. 이 ‘사하라 대기층(Saharan Air Layer, SAL)’은 따뜻하고 건조하며, 종종 해양 경계층 상부의 역전 위로 얹혀서 광범위한 층운(stratocumulus) 덮개와 수직으로 겹친다. 먼지와 층운이 공간적으로 겹치면, 구름 방울수·방울 크기 분포·액수함량(LWP)·광학두께(τ)의 균형이 달라진다. 결과는 단순한 ‘밝아짐’ 또는 ‘소산’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미세물리(핵 수·흡습도·혼합)와 복사(산란·흡수·층가열)의 경쟁이 위치·시각·습도에 따라 달리 결론을 낸다. 본 글은 관측·촬영 요령을 배제하고, 수송·층상구조의 문법, 구름 미세물리의 경로, 광학·복사의..
극지 카타바틱 바람과 연안 화이트아웃(시정 급강하) 차가운 고원의 중력, 해안의 하얀 벽극지 대륙의 표면은 안쪽으로 높고 바깥으로 낮다. 복사냉각으로 밀도가 커진 찬 공기는 고원에서 해안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중력류를 이룬다. 이것이 카타바틱 바람이다. 경사·표면 조도·온위 구배가 맞물리면 바람은 수십 시간 지속되며, 해안과 빙붕·해빙 경계에서 눈 결정이 비산해 대기 중에 떠오른다. 이때 산란이 폭증해 하늘·지면·수평선의 경계가 사라지고, 관측자는 방향감각을 잃는다. 연안 화이트아웃은 단순한 ‘강한 눈바람’이 아니라, 중력 구동 난류와 눈 미세입자의 복사·산란이 만든 일시적 광학 환경이다. 본 글은 관측 실전이나 촬영 요령을 배제하고, 역학·미세물리·지형 증폭·진단 지표의 네 축으로 이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중력 구동 경계층—카타바틱 바람의 형성 ..
엘니뇨/라니냐에 따른 사막 먼지 경로 변화 서론: 먼지와 ENSO, 떨어져 있는 듯 이어진 체계사막 먼지는 지역 오염을 넘어 행성 규모의 복사·구름·해양 영양염 순환을 바꾸는 이동자산이다. 그 이동 경로를 계절 평균 바람이 정하지만, 해수면온도 이상·이하 편차가 적도 태평양에서 시작돼 전 지구 대기순환을 재배치하는 엘니뇨–라니냐 주기는 이 바람장의 지도 자체를 바꾼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사막이라도 어느 해에는 먼지가 대양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다른 해에는 주로 지역권에 갇힌다. 이 글은 관측·예보 실전이 아닌 구조적 설명을 목표로, ENSO가 아열대 고기압과 제트기류, 몬순 경계층을 어떻게 변형하고, 그 변형이 북아프리카·아라비아·중앙·동아시아의 먼지 경로에 어떤 차등 효과를 주는지 정리한다. 또한 원격탐사 지표와 재분석 자료로 이러한 변화를 검..
폭풍 뒤 해염 에어로졸 급증과 적색 황혼 거친 바다, 하늘의 스펙트럼이 바뀌는 순간폭풍이 지나간 뒤 해안 하늘은 종종 붉고 넓게 번진 황혼으로 끝난다. 같은 해안이라도 평온한 날의 잿빛 저녁과는 전혀 다르다. 배경에는 바다 표면에서 폭증한 해염 에어로졸(sea-salt aerosol, SSA)이 있다. 강풍이 만든 흰파도와 거품이 미세한 물방울을 공기 중으로 쏘아 올리고, 이 방울이 증발하며 염성 입자가 남는다. 입자 크기 분포, 습윤 성장, 굴절률과 같은 광학적 속성은 햇빛의 산란·흡수를 바꾸고, 대기 분자 산란과 오존 흡수에 얹혀 황혼의 색과 대비를 재구성한다. 이 글은 관측·촬영 실전이 아닌 구조적 설명에 집중해, 폭풍 직후 SSA의 생성 메커니즘, 입경·성분에 따른 광학, 기하학적 황혼 효과, 지표 지표(지수)로 해석하는 방법, 흔한 오..
연안 용승(Upwelling)과 해무지대의 공생 서론: 차가운 바다와 하얀 하늘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대륙 서안의 여름 바다에서는 두 가지 인상적인 풍경이 반복된다. 표층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차갑고 영양염이 풍부한 물이 해안 가까이 솟아오르고, 같은 시기에 해안선을 따라 넓고 두터운 해무가 붙어 움직인다. 한쪽은 해양역학, 다른 한쪽은 대기경계층의 미세물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람·회전력·복사·화학·생물 생산이 얽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이 글은 관측 실전이나 촬영 요령을 배제하고, 연안 용승의 역학과 해무 형성의 열·수증기 균형, 두 현상이 서로를 강화·제약하는 경로, 그리고 생산성·어업·지역기후까지 이어지는 파급을 통합적인 틀로 설명한다. 목적은 현상을 단편적 사건이 아니라 “해안 기후의 문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