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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 데빌(Dust Devil)과 토네이도·랜더스피아웃 구분 같은 소용돌이처럼 보이지만 다른 물리지상에서 먼지를 말아 올리는 회전 흐름은 한눈에 비슷해 보이지만, 발생 배경과 동력, 위험 등급은 전혀 다르다. 더스트 데빌은 햇볕에 과열된 지표 위에서 솟는 미세 대류가 만든 얕은 열적 소용돌이이고, 토네이도는 강한 전단과 심층 대류가 결합해 구름 아래까지 뻗어 내려오는 고위험 와도이며, 랜더스피아웃은 메소사이클론 없이 경계면 와도가 순간적으로 늘어진 비메소 소용돌이다. 동일 현상을 하나로 뭉뚱그리면 경보 메시지가 왜곡되고, 통계와 연구 기록도 혼탁해진다. 본 글은 관측·촬영 요령을 배제하고, 세 현상의 발생 물리, 동역학적 구분 기준, 형태적 표지, 관측 지표 해석, 피해 양상의 차이를 한 틀로 정리한다. 목적은 언론·행정·교육에서 재현 가능한 설명 언어를 마련하고..
하이딩어 브러시와 하늘 편광 지도 (Haidinger’s Brush & Sky Polarization) 서론: 인간 시각과 대기 광학이 만나는 지점하늘은 단지 색만 있는 캔버스가 아니다. 분자·입자에 의한 산란이 빛의 진동 방향을 선택적으로 바꾸면서, 맨눈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편광 패턴을 만들어 낸다. 흥미롭게도 인간은 완전히 무력하지 않다. 황반에 존재하는 색소와 섬유층의 미세한 광학적 비등방성 덕분에, 일부 사람은 특정 조건에서 시야 중심에 미약한 노란 모래시계 모양의 얼룩을 지각한다. 이것이 하이딩어 브러시다. 본 글은 관측 요령이나 실습을 배제하고, 하이딩어 브러시의 시각생리학적 기전, 맑은 하늘 편광의 물리 지도, 두 현상이 만나 만들어내는 해석의 틀, 그리고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교육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목적은 정확한 용어와 검증 가능한 설명을 제공해, 애드센스 심사 기..
황사·장거리 에어로졸과 하늘 색의 물리 (Long-range Dust & Sky Color) 먼지의 여행과 색의 언어봄철 기사에 반복되는 황사는 하루 이틀의 사건이 아니라 대륙 규모 순환과 광학이 교차하는 과정의 한 장면이다. 사막에서 발생한 광물성 먼지, 해양에서 형성된 염입자, 도시 기원의 연무, 심지어 수천 킬로미터 밖 화산의 미립자가 이동하며 서로 섞이고 크기와 굴절률, 습윤 성장 특성이 변한다. 변화한 입자들은 태양빛을 산란·흡수·전달하는 방식으로 하늘의 색과 대비를 바꾼다. 이 글은 관측 요령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하늘색을 결정하는 핵심 물리, 장거리 수송의 구조, 원격탐사 지표의 해석, 흔한 오해의 교정까지 한 흐름으로 정리해 신뢰 가능한 설명 틀을 제공한다. 색을 만드는 핵심 변수—크기, 굴절률, 혼합과 습윤 성장맑은 날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까닭은 분자 규모에서 강한 레일리 ..
해빙 감소 시즌의 Sea-Effect Snow(연안 폭설) 따뜻해지는 바다와 더 강해지는 눈의 역설최근 수십 년 사이 고위도 해역과 일부 내만에서 해빙 계절이 짧아지고 가장자리 빙권이 얇아졌다. 바다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대기는 시베리아 고기압 확장과 함께 차갑다. 이 비대칭이 커지는 시기에 바다로부터의 현열·잠열 플럭스가 급격히 증가하고, 연안 하층에서 대류 불안정이 발생해 좁고 긴 눈밴드가 해안을 향해 형성된다. 이를 해상 기단이 만든 연안 폭설, 즉 sea-effect snow라 한다. 온난화가 폭설을 줄일 것이라는 직관과 달리, 해빙 감소의 과도기에는 해수–대기 온도차와 노출된 수면(fetch)이 동시에 커지면서 단기간 강설 강도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이 글은 관측 요령을 배제하고, 열·역학, 경계층 미세구조, 지형 증폭, 진단..
호수 세이시, 고요한 수면 아래 숨은 거대한 진동 잔잔한 호수가 갑자기 기울어지는 순간호수나 내만처럼 바다와 부분적으로만 연결된 수역에서는, 바람과 기압 변화가 멈춘 뒤에도 수면이 한동안 앞뒤로 출렁이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호수 한쪽 끝의 수위가 올라가고 반대쪽이 낮아졌다가, 시간이 지나며 역할을 바꾸는 주기적인 흔들림이다. 큰 지진이나 쓰나미가 없었는데도 수면이 마치 물이 든 욕조처럼 장시간 앞뒤로 “넘실거리는” 현상, 이것이 세이시(seiche), 우리말로 호수 정수파라 불리는 현상이다. 세이시는 그 순간만 놓고 보면 단순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수 전체가 하나의 공명 상자처럼 진동하는 상(standing wave)의 일종이다. 호수의 길이·깊이·형태와 맞아떨어지는 주기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적절한 조건이 갖추이면 수십 센티미터..
야간 열폭풍(히트 버스트/Heat Burst) 기온이 떨어져야 할 시간에 왜 더워질까대부분의 여름 밤은 해가 지면 서서히 식어 간다. 낮 동안 데워진 지면이 복사냉각을 시작하고, 공기도 조금씩 식으면서 열대야가 아니고서야 새벽에는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수 있다. 그런데 관측 기록을 들여다보면, 이런 상식에 정면으로 반하는 밤들이 있다. 자정 이후 갑자기 기온이 10도 가까이 치솟고, 동시에 바람이 거칠게 불며 습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사건들이다.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들이쳤다”고 표현하지만, 레이더와 자동기상관측 자료를 함께 보면 공통된 패턴이 드러난다. 이미 소멸 단계에 접어든 뇌우 구름에서 시작된 강한 하강 기류가, 지면까지 압축되며 내려온 경우다. 이를 야간 열폭풍, 혹은 히트 버스트(heat burst)라 부른다. 이 ..
황도광과 대영광 (Zodiacal Light & Gegenschein) 황도광, 태양계의 먼지가 그려낸 희미한 빛의 기울기깊은 밤, 인공 불빛이 거의 없는 곳에서 새벽녘 동쪽 하늘을 보면, 별들과는 다른 옅은 빛기둥이 지평선에서 비스듬히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겨울에서 봄 사이, 황도 부근을 따라 기울어진 이 빛줄기를 황도광(Zodiacal light)이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태양이 지나가는 길, 즉 황도 주변에서만 관측되며, 별빛이나 은하수와는 다른 질감의 빛이다. 또 태양과 정확히 반대 방향, 밤하늘의 한 점이 주변보다 살짝 더 밝게 보이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대영광(Gegenschein)이라 한다. 두 현상은 모두 상층 대기나 은하에서 오는 빛이 아니라 태양계 안에 흩어진 미세한 먼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우리 태양계의 구조를 보여 주는 중요한 단서..
기광(에어글로우)와 상층 대기 화학발광 (Airglow) 밤하늘의 옅은 빛, 기광이라는 현상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밤하늘은 검은 캔버스와 같습니다. 별과 은하, 유성이 지나가도 배경은 어둡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런데 산간이나 사막처럼 인공불빛이 거의 없는 곳에서 충분히 눈이 적응된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면, 배경 하늘 자체가 옅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기광, 영어로 에어글로우라 부르는 현상입니다. 기광은 대기 자체에서 나오는 미세한 빛으로, 오로라처럼 화려하게 춤추지는 않지만 지구를 둘러싼 얇은 발광 껍질처럼 늘 존재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이를 과학적으로 기록한 것은 20세기 중반이지만, 사실 이 빛은 태고적부터 밤마다 지구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기광은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자연 현상이지만,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공기가 맑고 습..
박명광선·반박명광선 (Crepuscular & Anticrepuscular Rays) 박명광선과 반박명광선, 빛이 그리는 거대한 원근법해 질 무렵 서쪽 하늘을 보면, 태양에서 뻗어나오는 거대한 빛의 빗살이 구름 사이를 갈라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흔히 ‘신의 손가락’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이 빛무늬가 기상학에서 말하는 박명광선(crepuscular rays)이다. 반대로 태양을 등지고 동쪽 하늘을 보면, 태양과 반대 방향에서도 비슷한 줄무늬가 수렴해 오는 아주 특이한 장면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이 반박명광선(anticrepuscular rays)이다. 두 현상 모두 태양이 낮게 떠 있는 박명 시간대(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에 잘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단순히 예쁜 풍경 사진이 아니라, 대기 중 에어로졸과 구름, 빛의 산란 구조를 한눈에 보여주는 광학 ..
"22도 무리와 46도 무리 · 얼음결정 형상별 무리 차이 빙정이 만든 빛의 고리, 각도로 읽는 하늘 이야기겨울 하늘이나 상층에 얇은 권운이 깔린 날, 태양을 손이나 건물로 가리고 시선을 조금 옆으로 돌리면 희미한 원형 고리가 보일 때가 있다. 사진 필터를 씌운 것 같은 이 고리는 대기 중에 떠 있는 얼음결정이 태양빛을 굴절시키며 만든 광학 현상으로, 기상학에서는 무리, 영어로는 헤일로(halo)라고 부른다. 가장 흔한 것이 태양이나 달을 중심으로 반지름 약 22도 위치에 생기는 22도 무리이고, 그보다 훨씬 바깥쪽, 반지름 약 46도 부근에 나타나는 큰 고리가 46도 무리다. 둘 다 겉으로 보기에는 “태양 둘레의 동그란 고리”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얼음결정의 모양과 내부를 통과하는 빛의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각도와 밝기, 색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