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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영광 롤 클라우드 (Morning Glory) · 선형 보어와 지형 효과 지평선을 따라 굽이치는 거대한 원통, 아침 영광의 정체아침 영광 롤 클라우드는 새벽 무렵 지평선에서 길게 뻗어오는 원통형 구름 띠가 수십~수백 km에 걸쳐 직선으로 혹은 완만한 곡률을 띠며 이동하는 현상이다. 앞머리는 말린 카펫처럼 둥글게 말려 있고, 뒤쪽으로는 맑은 하늘이 갑작스레 열렸다 닫히는 느낌을 준다. 구름 자체가 강한 뇌우의 대류탑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데도 진행 속도가 규칙적이며, 통과 전후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급작히 바뀌고 기압이 순간 상승·하강하는 특징이 동반된다. 관측 보고는 전 세계에 분포하지만, 호주 카펀타리아만 연안의 건기 말·우기 초 전형적 사례가 특히 유명하다. 이 현상은 단순한 ‘구름 줄’이 아니라, 대기 하층의 안정층을 따라 전파되는 선형 보어(undular bore)가 ..
아스페리타스 구름 (Asperitas) · 물결치는 하안부 질감 물결 치는 하안부, 아스페리타스의 첫인상아스페리타스는 구름 바닥이 거친 파도처럼 요철을 이루며 연속적으로 물결치는 질감을 가진 하안부 형태를 가리킨다. 하늘 전체가 뒤집힌 바다처럼 보이고, 밝고 어두운 띠가 빠르게 지나가며 시야를 압도한다. 구름학 분류상 독립된 속씨름(구름속)이 아니라 층운·고층운·적운류의 하안부에 덧붙는 보조형태로 취급되며, 2017년 세계기상기구 국제운형표에 정식 등재되었다. 관측 빈도는 낮지만 드문 현상은 아니다. 특히 중위도에서 대류성 강수가 지난 뒤 혹은 전선 통과 전후, 넓게 퍼진 층운대가 상층 파동과 전단을 만나면 거대한 파장과 소용돌이의 질감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미학적 인상은 폭풍 전야의 장중함이지만, 반드시 강한 뇌우와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하안부의 파상 구조..
해견(해무리곰 같은 무빙) 환일과 태양견 태양 옆 두 점의 빛, 환일과 태양견의 첫인상겨울 맑은 낮, 태양의 양옆에 밝은 점 두 개가 따라붙어 걷는 듯 보일 때가 있다. 한국에선 이를 환일이라 부르며, 서구권에선 ‘선독(Sun Dogs)’ 또는 ‘파렐리아(Parhelia)’라는 이름이 널리 쓰인다. 마치 해가 세 개 뜬 듯한 인상 때문에 ‘무빙하는 해견’ 같은 별칭도 붙는데, 실상은 상층 대기의 얼음결정이 특정 각에서 햇빛을 굴절시켜 만든 정교한 헤일로 현상이다. 두 반점은 대개 태양을 기준으로 좌우 약 22도 떨어진 지점에 머무르고, 태양이 낮을수록 색과 형태가 또렷해진다. 붉은빛이 태양 쪽 가장자리에, 바깥쪽으로 갈수록 노랑·녹색·청색이 얇게 겹치며, 때로는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희미한 고리나 수평띠와 함께 나타난다. 중요한 사실은, 이 빛..
천정 부근의 미소, 환상천정호 (Circumzenithal Arc) 천정 가까이에 떠오르는 웃음의 호, 환상천정호의 정체하늘 한가운데 근처에 짧고 또렷한 색 띠가 미소처럼 걸릴 때가 있다. 지평선 쪽에 걸리는 무지개와 달리 이 빛은 태양과 같은 하늘 반구, 그것도 천정 근처에 나타난다. 이를 환상천정호라 부른다. 색의 배열도 인상적이다. 아래쪽 가장자리에는 붉은빛이, 위로 갈수록 녹색과 청색이 짙어진다. 일반 무지개와 색 순서가 뒤집힌 듯 보이는 까닭은 매질과 경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환상천정호는 물방울 내부에서 반사·굴절을 여러 번 거치는 무지개가 아니라, 상층 대기의 판형 얼음결정에서 한 번 굴절해 나온 헤일로 계열 현상이다. 얇고 균질한 권운대가 하늘을 덮고, 태양 고도가 낮을 때만 선명한 미소가 켜진다. 관측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 짧은 순간은 상층의 얼..
채운과 빛깔 구름 (Iridescent Clouds) · 미세입자 회절과 색의 배열 채운이란 무엇인가채운은 태양 근처의 얇은 구름에서 분홍·연두·청록·자주가 파스텔처럼 번지는 색무늬를 말한다. 무지개처럼 큰 활을 그리거나 고정된 각도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구름의 실제 가장자리나 얇은 상부를 따라 얼룩·리본·물결 모양으로 부드럽게 흘러간다. 권적운, 고적운, 적운 상부에 얹히는 말안장 구름, 산악파가 만든 렌즈구름의 테두리처럼 방울 크기가 비교적 균일하고 층이 얇은 곳에서 잘 드러난다. 눈으로 볼 때의 인상은 우윳빛 구름 위에 은근한 비늘빛이 얹힌 모습이다. 사진 보정 탓이라는 오해가 잦지만, 채운의 핵심은 구름 미세입자에서 일어나는 파동광학적 회절과 얇은 층의 간섭이다. 구름이 얇고 방울 크기 분포가 좁을수록 색이 선명해지고, 혼합이 거칠거나 방울 분포가 넓어지면 색이 희석되어 ..
눈보라 속 천둥 (Thundersnow) · 겨울 뇌우의 성립 조건 눈 속에서 번개가 친다는 뜻눈보라 속 천둥, 흔히 ‘썬더스노(Thundersnow)’라 부르는 현상은 겨울에 형성된 구름에서 전하가 분리되어 번개·천둥이 동반되는 사건을 말한다. 비구름의 여름 뇌우와 달리, 지표는 강한 한기와 깊은 안정층으로 덮여 있고 강수 형태는 눈 또는 진눈깨비다. 그럼에도 상층의 차가운 공기 유입, 지형에 의한 상승, 온난하고 습한 공기의 재래가 겹치면 구름 내부에서 얼음입자와 우박 씨앗(그라우펠)이 충돌하며 전하가 분리되고, 짧지만 강한 대류가 발생한다. 눈이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에 천둥은 낮고 둔탁하게 들리거나 먼 거리에서 거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또 번개가 구름 속에서 끝나버리는 무구름 방전 비율이 높아, 시각적으로는 섬광 없이 하늘 전체가 하얗게 번쩍이는 듯 보이기도 한..
화산 번개 (Volcanic Lightning) · ‘더티 썬더스톰’의 전하 메커니즘 화산 번개란 무엇인가: ‘더티 썬더스톰’의 정의와 스케일화산 번개는 분화구에서 분출된 화산재·가스·수증기가 만들어 내는 분연(분출 구름) 내부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이다. 일반 뇌우처럼 적운이 성숙해 번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먼지와 돌가루로 가득한 대류 기둥”이 자체적으로 전하를 분리해 번개를 만든다는 점이 핵심이다. 관측되는 규모는 매우 다양하다. 분화구 주변 수십 미터에서 튀는 미세 방전부터, 분연 상부 수~수십 킬로미터 폭을 가로지르며 수백 밀리초 동안 이어지는 대형 방전까지 계층적으로 나타난다. 분화 초기에 짙은 재구름이 번개로 뒤덮이는 장면은 ‘더티 썬더스톰’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분출 강도가 클수록 번개 빈도도 가파르게 증가한다. 번개가 직접적으로 분화 규모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
스프라이트·블루제트·엘브 (TLEs) · 뇌우 상층에서 번쩍이는 섬광들 뇌우 위로 솟는 섬광의 세계: TLE의 개요스프라이트·블루제트·엘브는 강력한 뇌우 상부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고층대기 섬광이다. 이 현상들은 번개의 “형제”가 아니라, 낙뢰가 만든 전자기·전기장 교란에 상층 대기가 반응해 보이는 별개의 방전이다. 공통점은 수명이 아주 짧고(수 ms~수십 ms), 공간 규모가 크며(수십~수백 km), 붉거나 청백색 계열의 독특한 발광을 띤다는 점이다. 스프라이트는 적란운 상단 위, 중간권 하부에서 붉은 기둥과 가지 모양으로 번쩍이고, 블루제트는 구름 상단에서 성층권·중간권을 향해 청색 제트처럼 치솟는다. 엘브는 뇌우 꼭대기 훨씬 위, 이온층 아래의 공기층에서 거대한 원형 링으로 번쩍이며 수백 km 규모로 확장되었다가 한두 ms 만에 사라진다. 이 세 현상은 높은 고도, ..
구형 번개, 전설인가 과학인가 (Ball Lightning) 구형 번개란 무엇인가: 전설과 관찰 사이구형 번개는 구체 또는 타원 형태의 빛무리가 공중에서 몇 초가량 떠다니다가 사라지거나 폭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개 뇌우가 지나가는 동안, 낙뢰 직후 혹은 실내 배선 근처에서까지 목격되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크기는 탁구공에서 농구공 정도로 다양하다고 전해지고, 이동 속도는 사람의 걸음 또는 달리기 속도와 비슷했다는 보고가 많다. 소리를 전혀 내지 않거나, 작게 윙윙거리는 듯한 전기적 웅음이 들렸다는 기록도 있다. 오래전부터 민속과 항해 일지에 등장했지만, 사진·영상·분광 등 과학적 기록은 상대적으로 드물어 전설과 과학의 경계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여러 지역의 독립 사례가 축적되면서 “완전한 오해”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무게가 이동했다. 핵심 쟁점은 두 ..
브로큰의 유령 (Brocken Spectre & Glory) · 산등성이에서 자기 그림자에 생기는 후광 산등성이에 선 그림자와 둥근 후광의 첫인상브로큰의 유령은 산등성이에서 해를 등지고 섰을 때, 앞쪽의 안개나 낮은 구름 면에 자기 그림자가 크게 투사되며 마치 거대 인물이 솟아오른 듯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름은 독일 하르츠 산맥의 브로큰 봉에서 여행자들이 반복적으로 목격한 기록에서 비롯되었다. 이때 그림자 머리 둘레에 여러 겹의 동심원형 색띠가 맺히는데, 이것이 글로리다. 글로리는 붉은 기운이 안쪽에, 청·자색이 바깥쪽에 배치되는 가느다란 고리들이 1∼수 겹 나타나는 모습이 특징이다. 같은 무지개 계열로 오해되기 쉽지만, 무지개가 넓은 각도에서 펼쳐지는 활이라면 글로리는 반태양점 주변의 매우 작은 각도에만 맺힌다. 브로큰의 유령과 글로리는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짝이다. 앞의 구름이 균일하고 해가 낮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