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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빈–헬름홀츠 파동 구름 (Kelvin–Helmholtz Billows)_전단 불안정의 구름 파도 파도처럼 말아 오르는 구름, 켈빈–헬름홀츠의 첫인상하늘에 얇은 띠구름이 연속된 물결처럼 말려 올라가며 마치 거대한 바닷물결의 파도마루를 닮아 보일 때, 그 배경에는 전단 불안정이 있다. 위아래 층의 바람이 속도나 방향에서 크게 다를 때, 경계에서 ‘말림’이 자라나 파동무늬가 생기고, 이 말림의 꼭대기에서 포말처럼 하얀 구름이 구슬처럼 연달아 형성된다. 이를 켈빈–헬름홀츠 파동 구름이라 부른다. 대기 과목에서 전형적인 불안정 모형으로 소개되지만, 실제 하늘에서도 드물지 않게 관측된다. 두께가 얇은 층운·권운 가장자리, 상공의 얇은 운 띠,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흐름 위에서 특히 자주 드러나며, 구름의 간격과 기하가 그 시각 대기의 전단과 안정도를 시각화해 준다. 눈으로 읽는 유체역학이라는 별명이 전혀 과장이..
극성층운, 진주빛 하늘 (Polar Stratospheric Clouds)-성층권 냉각과 오존과의 관계 극지 상공의 진주빛 구름, 극성층운이 말해 주는 것극성층운(Polar Stratospheric Clouds, PSC)은 겨울 극지 성층권 하층(대략 15~25km)에서 드물게 형성되는 구름으로, 해질녘과 해뜰녘에 진주빛으로 반짝이는 독특한 광학적 서명을 남긴다. 일반 대류권 구름과 달리, 이들은 성층권의 혹한·건조·저압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에서만 태어난다. 겨울철 극야가 길어지면 성층권은 지속적인 복사냉각을 겪고, 그 위를 통과하는 산악파·중력파가 국지적으로 수~수십 켈빈의 추가 냉각을 더해 임계선을 넘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얇은 한랭층에 질산·황산·물 성분이 응결하거나 과냉각 액적으로 잔류하고, 더 낮은 온도에서는 거의 순수한 얼음 결정이 자란다. 높은 고도 덕분에 태양 원반이 지평선 아래 있어도 구름 ..
공중파이프 오르간, 구름 하프 (Undular Bore) 공중파이프 오르간, 구름 하프의 첫인상하늘을 가로로 긋는 연속적인 구름 줄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도시와 평야 위를 끝없이 미끄러진다. 바람은 갑자기 선선해지고, 기압은 미세하게 흔들리며, 상층의 엷은 성운은 줄마다 살짝 접힌다. 이 파동성 구름 띠를 대기역학에서는 언듈러 보어(undular bore)라 부른다. 보어는 원래 얕은 물에서 수위가 불연속적으로 튀어 오르는 충격파적 상승을 뜻하는데, 대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낮은 층의 안정한 공기층 위로 한 번의 ‘수위 상승’이 밀고 들어오고, 바로 뒤를 여러 줄의 감쇠하는 파동(언듈러)이 잇는다. 이때 상승 구배를 타고 수증기가 응결하면, 말끔하게 정렬된 롤 구름 열이 드러난다. 멀리서 보면 파이프 오르간처럼 균등한 건반이 눕혀져 있는 듯하고, 가까..
단색 무지개, 붉은 무지개 (Monochrome/Red Rainbow) · 태양 고도와 산란 스펙트럼 낮은 태양과 긴 공기의 길, 붉은 무지개의 첫인상일반적인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연속 스펙트럼을 드러낸다. 그러나 일출·일몰 무렵에는 붉은색만 살아남은 단색 무지개, 특히 붉은 무지개가 빈번히 나타난다. 현상 자체는 여전히 빗방울 내부의 굴절·반사·분산이 만든 1차 무지개지만, 광원이 지나온 대기층의 스펙트럼이 편향되어 관측자 눈에 도달하는 성분이 달라졌다는 점이 다르다. 즉 무지개라는 프리즘은 그대로인데, 그 프리즘으로 들어오는 빛이 이미 붉게 걸러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 글은 태양 고도와 산란 스펙트럼의 관점에서 붉은 무지개가 왜 생기는지, 어떤 조건에서 더 뚜렷해지는지, 비슷한 ‘색을 잃은 무지개’와 무엇이 다른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태양 고도가 만든 출발선: 무지개의 기하와 관..
모래폭풍 장막, 하부브 (Haboob) · 냉기류와 토양 조건, 안전 수칙 모래폭풍 장막, 하부브의 첫인상하부브는 적란운에서 흘러나온 차갑고 무거운 공기 덩어리(냉기류)가 사막 표면을 비집고 퍼지며 거대한 모래·먼지 장벽을 들어 올리는 현상이다. 위성·레이더에서 보면 뇌우 세포의 하강류가 지면에 부딪혀 사방으로 퍼지는 차가운 반원형 전선이 먼저 나타나고, 그 선단에서 강한 난류와 전단이 발생해 표면 입자를 비산시킨다. 지상에서는 검붉은 벽이 수 분 만에 시야를 삼키고, 풍향이 급변하며 온도가 뚝 떨어진다. 이때 가시거리는 수십 미터 이하로 추락하고, 미세입자(PM10·PM2.5)가 급등한다. 하부브는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라, 대기역학·토양역학·입자물리의 임계가 동시에 넘어가는 순간에만 출현하는 고강도 이벤트다. 사하라, 아라비아, 내륙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남서부의 몬순 전선..
메테오츠나미/리사가 (Meteotsunami/Rissaga) · 기압파가 만든 바닷물 ‘순간 폭주 바람이 만든 파도 쓰나미, 메테오츠나미의 첫인상메테오츠나미는 지진이 아닌 대기 현상으로 유발되는 해수면의 급격한 변동을 가리킨다. 지중해 서부에서는 리사가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으며, 갑작스러운 기압 변화나 빠르게 이동하는 대류성 소나기 띠, 전선대가 바다 위를 지나갈 때 수면이 수 분에서 수십 분 주기로 크게 오르내리는 현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진해일과 비슷한 수위 급등·급락, 항내 소용돌이, 갑작스러운 역류가 관측되지만, 진원은 해저가 아니라 대기다. 핵심은 이동성 기압파가 해저와 해안의 공진 조건을 만날 때 증폭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순간 폭주”에 이른다는 점이다. 바람 자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빠른 수위 변동과 항만 내 일렁임이 관측된다면, 그 배후에는 대기 파동과 천해 파동의 속도가 맞..
스노우 롤러 (Snow Rollers) · 바람이 말아 만든 눈의 크루아상 바람이 굴려 올린 겨울의 조형물, 스노우 롤러의 첫인상스노우 롤러는 밤새 쌓인 눈이 바람이나 약한 경사에 밀려 스스로 말리며 생기는 원통형 눈 덩어리를 말한다. 겉보기에는 어린아이가 만든 눈뭉치처럼 보이지만, 중심부가 비어 있거나 얇은 벽만 남아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갓 구운 크루아상처럼 층이 겹쳐 있고, 바닥에는 굴러온 궤적이 길게 남는다. 한파가 지나간 뒤 맑고 건조한 아침, 넓은 잔디밭이나 논·들판에 사방으로 흩어진 스노우 롤러는 드문 기상·지표 조건이 한순간 서로 맞물렸다는 증거다. 이 현상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적설의 물리 성질과 바람·경사·표면 마찰의 미세 균형이 빚어 낸 ‘현장 실험’에 가깝다. 어떤 조건에서 태어나는가: 눈결의 물리, 온도, 바람, 표면스노우 롤러의 성립 조..
해빙 연무의 광학-서브문·서브선 (Submoon/Subsun over Ice) · 잔잔한 수면의 허상 수면 아래에 떠오른 둘째 해와 달, 해빙 연무가 만든 착시겨울 바다나 호수에서 해가 낮게 걸리고 공기가 차가울 때, 수면 아래쪽에 해가 하나 더 떠 있는 듯한 밝은 반점이 눈에 들어온다. 밤이면 달빛으로 같은 자리에 희미한 또 하나의 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서브선(subsun), 서브문(submoon)이라 부르며, 얼어가는 바다와 강에서 자주 동반되는 해빙 연무의 광학적 산물이다. 이름만 보면 단순한 물 위 거울상 같지만, 실상은 수면 위·직상층에 떠 있는 미세한 과냉각 액적이 순간 얼어 생긴 판형 얼음결정(수평 정렬)들이 태양·달의 빛을 정반사한 결과다. 결정들이 만드는 ‘떠 있는 거울면’이 관측자–광원–결정의 기하를 만족하는 범위에서만 잠깐 켜지기 때문에, 서브선·서브문은 빛기둥이나 헤일로와는 ..
블러드 레인? 붉은 비의 과학 (Colored Rain) · 사막 먼지·조류 포자와 색 붉은 비의 첫인상, 색을 띠는 강수의 과학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붉거나 갈색을 띠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떠올린다. 그러나 색을 띤 비는 초자연 현상이 아니라 대기 중 부유입자와 강수 미세물리가 만나 만들어 낸 결과다. 사막에서 발원한 미세 먼지, 산불 그을음, 도시의 블랙카본, 화산재, 대량의 꽃가루나 조류 포자 같은 생물성 입자가 구름 속에서 응결핵으로 작용하거나 빗방울이 하층 공기를 통과하는 동안 표면에 포집되면, 투명해야 할 빗물이 탁도와 색을 얻는다. 특히 봄철 장거리 수송 황사 뒤 첫 강우, 지중해 남풍 전선, 대형 산불 시즌의 초기 비, 화산 분출 직후의 소나기는 색을 띤 비가 기록되기 쉬운 고전적 무대다. 색은 곧 공중을 떠돌던 물질의 이력서이며, 그 시점의 기상장과 대기 화학을 압..
그라우펠과 서리눈 (Graupel & Rime) · 싸락눈과 우박의 경계 구분 낙하하는 작은 얼음의 두 얼굴, 그라우펠과 서리눈의 첫인상겨울 하늘에서 톡톡 튀듯이 떨어지는 작은 흰 알갱이는 눈도, 우박도 아닌 경우가 많다. 눈송이가 과냉각 물방울과 충돌해 표면에 거친 얼음 서리층을 입고 둥글게 뭉친 것이 바로 그라우펠이며, 눈결정의 가지·판 모양은 남겨 둔 채 표면만 거칠게 코팅된 상태가 서리눈이다. 두 현상 모두 착빙이라는 같은 미세물리 과정을 공유하지만, 얼음이 쌓이는 양과 구조의 차이가 질감, 낙하 속도, 소리, 광학적 인상까지 완전히 갈라놓는다. 그라우펠은 불투명하고 포슬포슬 부서지며 바닥에서 마치 스티로폼 알갱이처럼 가볍게 튀고, 서리눈은 눈의 결을 유지한 채 거친 감촉만 더한다. 일상 용어인 싸락눈은 대개 이런 그라우펠을 가리키지만, 지역·분야에 따라 우박까지 아우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