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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달력의 재작성: 개화 시기·철새 이동·농번기 변화 벚꽃이 피는 시기, 논에 물을 대는 날짜, 철새가 찾아오는 달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몸과 기억에 새겨진 계절의 달력이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맘때면 매미가 울고, 이즈음이면 모판을 만든다”처럼 자연의 신호를 기준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지난 몇십 년 사이, 이 자연 달력이 눈에 띄게 어긋나고 있다. 꽃은 예전보다 앞당겨 피고, 철새는 더 일찍 오거나 더 늦게 떠나며, 농번기 일정도 기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일이 잦아졌다. 기후변화가 평균 기온과 강수 패턴을 바꾸면서, 계절의 리듬 자체가 조금씩 재작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지 풍경이 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생태계와 농업, 지역 문화까지 두루 영향을 주고 있다. 개화 시기의 앞당김과 식물의 계절감 변화가장 눈에 잘 보이는 변화는 꽃 ..
기후변화와 감염병 분포 변화, 모기·진드기 매개 질환의 북상 여름철 모기가 많은 것은 누구나 익숙한 풍경이지만, 최근에는 “예전에는 없던 모기”와 “생소한 진드기”가 점점 북쪽과 고산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온도와 강수 패턴이 달라지면서, 감염병을 옮기는 곤충들의 서식지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와 진드기가 옮기는 감염병을 흔히 매개체 감염병이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으로 뎅기열·지카·말라리아·라임병·진드기 매개 뇌염 등이 있다. 과거에는 주로 열대·아열대 지역이나 제한된 숲 지역의 문제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중위도와 온대 지역에서도 점점 더 실질적인 위험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기후변화가 모기·진드기 매개 질환의 북상과 확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과학자들의 연구와 실제 사례, 사회적 영향까지 차분히 살펴본다. 기후변화가 모기와 진드..
영구동토층(Permafrost) 해빙과 메탄 방출, 숨겨진 탄소 폭탄 툰드라 지대의 땅이 여름에도 질퍽한 진흙이나 습지가 아니라 단단하게 얼어 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지하의 얼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이 얼어 있던 땅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그 안에 갇혀 있던 탄소와 메탄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른바 영구동토층의 해빙과 메탄 방출이다. 북극과 고위도 지역의 영구동토층에는 인류가 지금까지 배출한 양을 뛰어넘는 막대한 탄소가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땅이 빠르게 녹기 시작하면 기후변화를 더 가속하는 숨겨진 탄소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구동토층이란 무엇인가영구동토층은 이름 그대로 2년 이상 연속해서 얼어 있는 땅을 말한다. 눈..
산호 백화현상(Coral Bleaching)과 열·산성화 스트레스 따뜻한 바다 속 산호초는 멀리서 보면 다채로운 색과 풍성한 구조로만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주 섬세한 공생 관계 위에 서 있는 생태계다. 산호는 작은 동물인 산호 폴립과, 그 몸 안에 사는 미세한 조류가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 이 미세 조류가 햇빛으로 광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로 산호는 성장하며 석회질 골격을 쌓는다. 그런데 바닷물이 평소보다 비정상적으로 더워지거나, 바다의 산성이 강해지는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이 공생 관계가 깨진다. 산호는 몸속 조류를 내쫓고 하얗게 변하는데, 이것을 산호 백화현상이라고 부른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지구 온난화와 함께 산호 백화가 점점 잦아지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3년 이후 이어지는 네 번째 전 지구적 산호 백화 사건에서는 전 세..
북극 해빙 감소와 제트기류 변화, 중위도 이상기후와의 연결 고리 겨울이면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와 한파를 만들고, 여름에는 뜨거운 공기가 머물며 폭염을 만든다. 최근에는 이런 극단적인 날씨가 “예전보다 더 길고 극단적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자주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북극 해빙이 줄어들어서 제트기류가 흔들리고, 그 영향이 우리에게까지 온다”라는 설명이 여러 매체에서 반복된다. 실제로 위성 관측을 보면 1979년 이후 북극 해빙 면적과 두께는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두세 배 빠르게 따뜻해지는 이른바 북극 증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해빙 감소와 제트기류 변화, 그리고 중위도 이상기후는 실제로 어떤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알려진 메커니즘과 과학자들 사이의 논의 상황을 차분히 정리해 본다..
빙하 후퇴와 빙하호 붕괴 홍수(GLOF)의 위험 빙하는 오랫동안 산과 계곡을 깎아 내리며 눈과 얼음을 저장해 온 자연의 거대한 냉장고였다. 그런데 기온이 오르면서 전 세계 많은 빙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얼음이 뒤로 물러나면서 그 자리에 녹은 물이 고여 새 호수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면 에메랄드빛 호수가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불안정한 얼음과 모래, 자갈이 댐처럼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댐이 무너지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려간다. 이런 현상을 빙하호 붕괴 홍수, 영어로 글레이셜 레이크 아웃버스트 플러드라고 부르며, 줄여서 GLOF라고도 한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빠르게 후퇴하는 오늘날, 이 숨은 위험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빙하 후퇴와 빙하호가 생기는 과정 빙하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수 위험, 어느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는가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예전보다 바닷물이 안쪽까지 들어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지난 100여 년 동안 약 20cm 이상 실제로 올라왔다는 관측 결과를 보면 이런 체감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바다는 더 많은 열을 품고 팽창하고 있고, 그린란드와 남극, 산악 빙하에서 녹아 나온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매우 느릿느릿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도,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해안선과 도시의 모습, 그리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의 범위를 눈에 띄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수면은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고, 그에 따라 해안 침수 위험은 어떻게 달라질까. 해수면 상승의 원인과..
해양 폭염(Marine Heatwave), 따뜻해진 바다가 생태계를 뒤흔드는 방식 바다는 거대한 완충 장치처럼 지구의 열을 받아들이고 저장한다. 그런데 최근 몇십 년 사이, 바다의 일부 구역이 평소보다 비정상적으로 더워진 상태가 여러 날에서 여러 달 동안 이어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를 해양 폭염, 영어로는 마린 히트웨이브라고 부른다. 해양 폭염은 수온이 평년보다 조금 높아진 정도가 아니라, 해당 지역과 계절 기준으로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이다. 이런 따뜻해진 바다는 산호와 어류, 해조류 같은 해양 생태계의 구성원을 흔들고, 그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연안 어업과 관광, 지역 사회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준다. 기후변화로 바다 전체가 서서히 따뜻해지는 가운데, 해양 폭염은 그 위에 겹쳐 나타나는 일종의 극단적인 열 파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해양 폭염의 정의와 발생 ..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 기후와 토지이용이 겹칠 때 생기는 문제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갈라진 땅과 말라 죽은 나무를 떠올리면 흔히 사막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는 단지 영화 속 풍경이 아니라, 지금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조용히 진행 중인 현실이다. 한 지역의 땅이 생산력을 잃고 황폐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비가 줄어들고, 풀과 나무가 줄어들며, 흙이 바람과 빗물에 조금씩 쓸려 나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여기에 무분별한 경작과 과도한 방목, 도시 확장과 같은 인간의 토지 이용이 더해지면, 땅은 회복력이 떨어지고 끝내는 거의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이런 변화는 눈앞에서 갑자기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예전과 같은 비가 와도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의 기본..
가뭄–폭염–산불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복합재난 구조 가뭄과 폭염, 산불은 각각만으로도 큰 피해를 일으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세 가지가 이어지며 하나의 긴 재난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마르기 시작하면, 며칠씩 이어지는 더위가 사람과 작물을 지치게 만들고, 어느 순간 산과 들에는 작은 불씨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번진다. 뉴스에서는 가뭄, 폭염, 산불을 각각 다른 사건처럼 나누어 보도하지만, 기상과 토지, 식생, 사회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이 셋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복합재난 구조를 이룬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강수 패턴이 달라지는 지금, 이런 연쇄 구조는 더 잦고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 뒤에 어떤 원리가 숨어 있는지 이해하는 일은, 앞으로의 위험을 미리 읽고 대비하는 데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