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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저기압, 급격히 심화되는 겨울 폭풍 (Bomb Cyclone) 겨울철 뉴스에 등장하는 거대한 폭풍 가운데에는 “폭탄 저기압”이라는 다소 극적인 이름을 가진 존재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새로운 종류의 위험한 태풍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잘 아는 겨울 저기압이 특별히 빠른 속도로 심화될 때 붙는 별명에 가깝다. 갑자기 기압이 뚝 떨어지면서 바람이 거세지고, 눈 또는 비가 짧은 시간에 몰아치기 때문에 체감하는 위력은 “폭탄”이라는 표현이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북태평양과 북대서양, 동아시아와 북미 동부의 겨울철에는 이런 폭탄 저기압이 강한 한파와 폭설, 해안 폭풍을 동시에 일으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폭탄 저기압이 무엇인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며, 왜 기후위기 시대에 더 자주 언급되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폭탄 저기압의 정의와 기..
메디케인, 지중해의 작은 허리케인 (Medicane) 지중해 겨울철 위성 사진을 보면, 한가운데 작게 소용돌이치는 구름 덩어리가 눈에 띌 때가 있다. 중심에는 맑은 눈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고, 그 주변을 빽빽한 구름 띠가 감싸며 회전한다. 모양만 보면 열대 지방의 허리케인과 비슷하지만, 위치는 이탈리아나 그리스 근처의 지중해 한가운데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메디케인이라고 부른다. 지중해(Mediterranean)와 허리케인(hurricane)을 합친 말로, 말 그대로 지중해의 작은 허리케인이라는 뜻이다. 규모는 열대 태풍보다 훨씬 작고 수명도 짧지만, 발생 지역이 사람이 많이 사는 해안과 가까워 짧은 시간에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는 폭풍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디케인의 정의와 구조, 왜 ‘작은 허리케인’인가메디케인은 지중해에서 발생하는 소형 저기압 가운데,..
폴라 로우, 고위도 미니 허리케인 (Polar Low) 겨울철 북극 근처 바다를 위성 사진으로 보면, 허리케인처럼 소용돌이치는 작은 구름 덩어리들이 점점이 찍혀 있는 경우가 있다. 규모는 작지만 중심부에 촘촘한 구름 띠와 강한 바람을 동반해, 마치 고위도에 나타난 미니 태풍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을 기상학에서는 폴라 로우, 우리말로는 극지 저기압이라고 부른다. 북대서양, 노르웨이해, 오호츠크해처럼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바다 위에 매우 찬 공기가 쓸고 내려올 때 주로 생기며, 짧은 시간에 거친 파도와 돌풍, 강설을 몰고 온다. 지도에는 잘 표시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어선과 화물선, 해안 마을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준이다. 폴라 로우의 정의와 특징폴라 로우는 일반적인 중위도 저기압보다 훨씬 작은, 지름 수백 킬로미터 ..
뇌우가 내리꽂는 바람, 다운버스트와 마이크로버스트(Downburst & Microburst) 여름철 소나기가 지날 때 창밖을 보면, 빗줄기보다 바람이 먼저 달려드는 순간이 있다. 갑자기 공기가 벽처럼 내리꽂히며 나무가 한 방향으로 꺾이고, 먼지와 빗물이 뒤섞여 땅을 가로지른다. 이때 사람들은 흔히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뇌우 구름에서 곧장 떨어지는 강한 하강 돌풍일 때가 많다. 기상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다운버스트라고 부르고, 그중에서도 특히 좁은 구역에 집중되는 강한 하강 돌풍을 마이크로버스트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는 소용돌이가 없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항공기와 도시, 농경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숨은 위험 요소다. 다운버스트의 정의와 기본 구조다운버스트는 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바람이다. 뇌우 구름 안에서 차갑고 무거운 공기 덩어리가 형성되고, 이것이 중력..
회전하는 폭풍 구름, 슈퍼셀 뇌우(Supercell Thunderstorm) 여름 저녁 하늘을 보면 검은 구름 덩어리가 천천히 회전하며 다가오는 장면을 영상이나 사진에서 종종 보게 된다. 마치 접시를 여러 겹 쌓아 올린 것 같은 구름 아래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때로는 뾰족한 꼬리 모양의 토네이도가 내려오기도 한다. 이런 폭풍 구름의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슈퍼셀 뇌우다. 슈퍼셀은 단순한 소나기나 일반적인 뇌우와 달리, 구조 자체에 강한 회전이 들어 있는 대규모 뇌우로, 가장 위험도가 높은 폭풍 유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모든 강한 비구름이 다 슈퍼셀은 아니지만, 한 번 형성되면 우박, 폭우, 돌풍, 토네이도까지 다양한 피해를 동시에 일으킬 수 있어 기상학자와 예보관들이 특히 주목하는 대상이다. 슈퍼셀 뇌우의 구조와 특징슈퍼셀 뇌우의 핵심 특징은 메조사이클론이라 불리는 회전하는..
호우 띠가 활처럼 휘는 보우 에코와 스콜 라인(Bow Echo & Squall Line) 레이더 화면에 길게 늘어선 비구름 띠가 갑자기 활처럼 휘어지며 도시와 농촌을 한 번에 훑고 지나가는 장면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강한 소나기나 폭우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구조와 위험이 다른 뇌우대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기상학에서는 이런 호우 띠를 스콜 라인이라고 부르고, 그중 일부가 활 모양으로 휘어 레이더에 나타날 때 보우 에코라고 부른다. 이 두 가지는 여름철과 환절기마다 반복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선형 뇌우 구조로, 강한 직선 바람과 집중호우, 때때로 토네이도까지 동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갑작스러운 호우와 돌풍의 상당 부분이 이런 구조와 연관되어 있다. 스콜 라인과 보우 에코의 기본 구조스콜 라인은 말 그대로 일렬로 늘어선 뇌우대, 즉 선형으..
직선 바람 폭풍, 데레초(Derecho) 하늘에서 번개가 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벽을 밀어붙이는 듯한 강한 바람이 쓸고 지나가고, 그 뒤로 쓰러진 나무와 파손된 시설물만 남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피해를 보고 “태풍이 왔다 갔나 보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열대저기압이 아니라 직선으로 불어닥친 강풍대일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을 기상학에서는 직선 바람 폭풍, 그중에서도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강한 계열을 데레초라고 부른다. 데레초는 비교적 낯선 이름이지만,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이미 여러 차례 큰 피해를 남긴 바 있는, 중요한 극한 기상현상이다. 데레초란 무엇인가데레초는 넓은 지역에 걸쳐 매우 강한 직선 바람 피해를 남기는 대규모 뇌우대(뇌우가 띠 모양으로 이어진 구조)를 뜻한다. 일반적인 소나기나 국지적 돌풍..
기후 모델과 미래 시나리오(RCP·SSP), 숫자가 말해 주는 것과 말해 주지 않는 것 뉴스에서 1.5도 목표, 2도 한계 같은 말이 나올 때면 꼭 함께 등장하는 것이 RCP, SSP 같은 낯선 기호와 숫자다. RCP 2.6, RCP 8.5, SSP1, SSP3 같은 이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미래를 이미 계산해 둔 비밀 코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이 숫자들을 “기후 종말 예언”으로, 또 어떤 사람은 “믿을 수 없는 가상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후 모델과 미래 시나리오는 특정 연도의 온도와 강수량을 정확히 맞히려는 점쟁이가 아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 선택과 배출 경로에 따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비교해 보는 도구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기후 모델이 무엇인지, RCP와 SSP 시나리오가 어떤 가정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숫자가 말해 주는 것과 ..
기후난민과 도시로의 이주, 사회·경제 구조에 미치는 영향 사막화와 폭우, 해수면 상승, 장기 가뭄 같은 극한 기후는 이제 특정 국가의 뉴스가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날씨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사람들의 거주지를 흔들고 있다. 바닷물이 들이치는 해안 마을, 잦은 홍수와 산사태에 노출된 강가의 집, 농사가 더 이상 되지 않는 건조 지역에서 사람들은 생계를 지키기 위해 결국 집을 떠난다.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기후변화와 연관된 이주, 또는 넓은 의미의 기후난민 현상으로 설명한다. 세계은행은 2050년까지 기후 요인 때문에 자기 나라 안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이 최대 2억 명이 넘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이동의 상당수는 해수면 상승과 가뭄,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인한 ..
극한 기후와 전력망, 냉방·난방 수요 급증이 만드는 리스크 한여름 전력 사용량이 치솟는 날이면 “에어컨 조금만 줄여 달라”는 문자 알림이 온다. 겨울 한파 때에는 전기난로와 보일러가 동시에 돌아가면서 비슷한 경고가 반복된다. 예전에도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있었지만, 기후변화 이후 폭염과 한파의 강도와 지속 시간이 길어지면서 전력망이 감당해야 할 냉방·난방 수요의 부담이 눈에 띄게 커졌다. 전력망은 순간적으로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져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극한 기온이 찾아오면 이 균형이 쉽게 흔들린다. 에어컨과 히터는 우리의 건강을 지켜 주는 필수 수단이지만, 동시에 전력망에 대한 최대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제 전력망은 단순히 전기를 보내는 인프라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생명선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력망의 구조와 피크 수요..